아침일찍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집을 나섰다. 오늘은 하루종일 흐리고 많은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그런지 아침바람이 꽤 시원하다. 지난주에 엄마가 해 주신 반찬을 비우고 돌려드려야 할 반찬통을 챙겼다.
대학교를 졸업하고 부터 엄마를 어머니로 부르기 시작했다. 성인이 되었기도 했고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서 엄마라고 하면 너무 철없어 보일 것 같았다.
얼마전부터 다시 엄마라 부르기 시작했다.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는 전화번호의 이름도 엄마로 바꿨다. 어머니라는 호칭에서 오는 보이지 않는 예의와 격식, 더 가까워지지 않는 거리감이 느껴졌고 엄마라는 호칭이 주는 그 친밀함과 편안함이 그리웠다.
엄마 집까지는 차로 15분정도 걸린다. 토요일 아침, 한적한 도로를 달리며 비오기 전의 그 축축한 공기를 마시며 엄마의 집으로 향했다. 도착하고 문을 여니 엄마가 나오신다.
엄마는 협착때문에 허리를 꼿꼿이 세우시지 못한다. 무언가를 짚으면 잠시 세울수는 있지만 이내 허리가 숙여지고 만다. 허리도 숙이신 채 엄마는 나를 보시고는 나보다 훨씬 작은 키와 몸집으로 나를 두 팔로 안아주시고는
'우리 아들 왔나. 우리 아들 힘들어서 우짜면 좋노.'
어제는 병원에 가는 날이라 수혈하는 중에 엄마랑 통화를 했었는데, 오늘 나를 보자마자 안아주시고 말씀해 주시는 엄마의 그 한마디에 눈시울이 붉어졌다. 엄마의 말씀에 아무런 답을 못하고 그냥 엄마의 등을 다독여 드렸다.
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내 마음을 아셨나보다. 내가 듣고 싶고 내가 필요한 말씀을 해 주시는 엄마. 엄마는 늘 자식이 제일 먼저이신가보다. 나도 자녀를 기르는 부모의 입장이지만 엄마와 나를 비교해 보면 나는 엄마를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을 뿐더러 따라갈 수도 없다. 그야말로 넘사벽 존재이시다.
반찬이 없다시며 한 상 가득차려 주시는 엄마표 밥상을 대접받고 불편하신 몸으로 아들 쉬라며 설겆이 하시고 정리하시는 동안 부족한 아들은 엄마의 침대에서 누워 깜빡 잠이 들었다. 얼마쯤 지났을까. 눈을 떠보니 한 시간 정도가 지난 것 같았는데 엄마는 안 계시고 불도 다 꺼져있는 조용한 집에 혼자 누워있더라. 엄마한테 전화를 하니 내가 곤하게 자는 것 같아서 조용하게 시장에 나가셨다고 (엄마는 집 근처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신다) 냉장고에 반찬 해 두었으니 갈 때 챙겨가라고 하신다.
엄마는 오늘도 자식을 챙겨 주는 낙으로 하루를 버티신다. 몸이 아프고 불편하고 힘들다 하시면서도 먹고 싶다는 건 다 해주시고, 예전에는 엄마가 힘드실 까봐 일부러 안 해 주셔도 괜찮다고 사양하고 그랬는데, 시간이 지나고 보니 엄마를 더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은 사양하는 게 아니라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잘 먹겠다고 받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.
그리고 엄마한테 마음을 고백하기! 고백이 부끄럽다면 그냥 아무말 없이 안아드리기!
엄마는 오늘도 하루종일 자식을 떠올리며 하루를 버티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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